MISSION/거룩한빛 광성교회
성경방식 ‘깨끗함’ 자체로 지역사역 펴는 믿음 공동체
“들으려 하지 않고 살려고 할 때 성자가 나옵니다”
▲ "스스로를 6두품 천민출신이라며 자신을 낮추는 가운데 지역사역에 힘쓰고 있는" 거룩한빛광성교회 정성진 위임목사 |
예수가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 명이 먹고도 열두 광주리에 남도록 한 오병이어의 기적은 숨은 곳에서 매일 일어나고 있다. 개척한 지 19년. 지역의 어려운 이웃, 다문화가정, 장애인, 북한 등 도움이 필요한 곳이라면 부채를 안고서라도 나눔을 실천했다. 모으려 하지 않고 나누었을 뿐인데 나눌수록 늘어났다. 출석 교인 수 16,529명의 대형 교회가 되었다. 연간 500억 규모의 예산이 투입되는 복지재단, 학교, 은행 설립과 운영을 하기 이르렀다.
“하나님이 날 뭘 보고 이렇게 크게 해주셨을까. 깨끗한 거 하나 힘이겠죠. 어떻게 우리가 이 길을 가면서도 세상 사람들과 똑같이 출세지향으로 살겠습니까.”
스스로를 ‘육두품 천민 출신’이라고 말하는 거룩한빛광성교회 정성진 위임목사의 이야기다.
거짓 없이 투명하게
그는 “신학을 A코스와 B코스로 나눈다면 나는 대학을 못 나온 B코스 출신”이라고 말한다.
“공고를 나와서 신학하기 전 공장노동자를 했습니다. 학사자격을 방송통신대에서 취득했어요. 전문대 과정부터 해서 11년을 했으니 오래 걸렸죠.”
정 목사는 한국방송통신대학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서울장로회 신학대학과 신학대학원에서 공부하면서 광산촌에서 민중신학을 펼치기도 하는 등 세상의 많은 약자들을 위한 자리에 서왔다.
“저는 대형교회를 한 번도 꿈 꿔보지 않은 사람이에요. 우리가 머리는 깎지 않았지만, 사실은 내용적으로 출가한 사람이라고 봐야 하는데 개신교에서 그런 내용이 좀 사라졌어요. 교회들이 너무 돈을 좋아하게 되고 물량주의에 빠지게 되면서 존경받는 교회, 사람들이 사모하는 대상에서 멀어지게 됐어요.”
지역 주민 중심의 ‘섬기는 교회’, ‘인재를 양성하는 교회’, ‘상식이 통하는 교회’의 비전으로 교회를 세웠다. 교회를 크게 하려는 의도는 없었는데 사람들은 몰려들었다. 그럴수록 그는 나눔의 사역을 실천했고, 나눔은 오병이어처럼 불어났다. 현재 거룩한빛광성교회의 위임목사이자 드림초등학교와 중학교 이사장, 사회복지법인 해피월드 이사장인 그의 급여는 교회로부터 보너스 없이 퇴직 때까지 받게 되는 평범한 중견사원 정도의 수준이다. 그리고 학교와 복지법인 뿐만 아니라 교회의 회계를 외부회계법인의 감사를 통해 투명하게 공개했다.
“어떤 것이라도 거짓이 없어야 교인들과 통하잖아요. 복지재단ㆍ교회ㆍ학교ㆍ해피뱅크 등 여러 기관의 예산을 결제하지만 돈은 만지지 않아요.”
자신의 월급은 작은 교회에 비하면 많이 받는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제가 백화점 갈 시간이 있습니까, 명품을 쓸 시간이 있습니까. 저는 아직도 카드를 안 써요. 은행에 안 간 지 12년 됐어요. 계약과 협상 자리에는 일체 안 갑니다.”
섬기는 교회의 실천
복지재단 해피월드에서는 지역의 다양한 복지 지원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해피천사운동본부에서는 중고물품을 팔고 기부를 받아 한 달에 천만 원 이상 규모로 소외된 이웃과 취약계층을 돕고, 전국에서 가장 큰 노인복지회관인 덕양복지회관 뿐만 아니라 광성노인복지센터, 파주시노인복지관, 파주문산종합사회복지관을 수탁 운영하면서 지역민의 복지에 많은 힘을 쏟고 있다.
“우리의 비전 첫 번째가 섬기는 교회입니다. 하나님을 섬기고 지역사회와 이웃을 섬긴다는 뜻이죠. 교회라는 건 다 지역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다문화 가정과 북한이탈주민을 위한 지원도 빼놓을 수 없다. 누리다문화학교, 일산다문화교육센터, 새꿈터를 운영하면서 한국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학업이 어려워 중‧고등학교를 중퇴하는 다문화가정 자녀들을 교육청으로부터 위탁받아 교육해 졸업시키고 있고 한국어 시험을 통과해야 국적을 취득할 수 있는 다문화 여성들을 위해 한국어수업, 운전면허 교육, 컴퓨터, 가정문제 상담 등 사회통합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 새터민 가정 아이들이 학력이 떨어져요. 방과 후에 먹이고 가르쳐주고 함께 놀러다니는 일도 하고 있지요.”
또한, 미소금융의 모델이 된 해피뱅크에서는 서민을 위한 무담보 무이자 소액대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미소금융 출범 2년 전부터 우리가 마이크로 크레딧 사업을 했죠. 어려운 서민이 새 사업을 하기 위해 계획서를 내면 심사해서 2,000만 원 대출해주는 일을 합니다. 이것을 모델로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대통령 앞에서 사례 발표하고 출범하게 된 것이 미소금융이에요.”
성경의 방식으로
국내뿐만 아니라 북한주민을 돕는 일 역시 이루어지고 있다. 고아원과 양로원을 짓고, 8만평 황무지에 농장을 가꾸어 넘겨주었다. 평양과기대 안에서 빵공장, 구두수선소, 세탁소를 운영하고 어려운 지역에 우물을 파고, 랜턴과 결핵약을 보내기도 했다.
“UN과 미국이 제제하니 북한의 변방은 굉장히 어려워요. 얼마 전에는 영유아 산모 영양식을 천만 원치 보냈어요.”
현재 북한에서 이불공장과 생리대공장도 운영 중이다.
“북한 사람들에게 이 이불이 혼수 1호 목록이죠. 목화솜으로 만들어 옛날 우리 이불처럼 두꺼워요. 한 10년 전에는 북한 변방에서는 생리대가 없어서 낙엽으로 썼어요. 그 얘기를 듣고 마음이 아파서 시작한 거예요. 지금은 1회용 생리대가 중국에서 많이 들어온다고 해서 계속 해나갈지는 조금 후에 판단할 생각이고, 이불은 주력으로 하고 있죠. 20명 직원 월급도 5만원씩 보내고 있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을 하는 정 목사에게 사람들은 이런 민간교류가 정부 허가를 받을 수 있는 것인지를 묻는다. 그는 왜 교회가 정부의 허가를 받아서 하는지 되묻는다.
“못할 사람은 천 가지의 못할 이유를 찾습니다. 해외 NGO가 북한에 200명 들어가 있어요. 우리가 미국 교포 두 명, 하와이 출신 미국인 한 명을 북한에 들여보내고 있어요. 그 사람들이 2주 내지는 2달의 비자를 받습니다. 하려고 하면 루트는 얼마든지 있어요.”
그는 “군인은 군인의 방식으로, 외교는 외교의 방식으로, 정치는 정치의 방식으로 일을 해나가듯이 우리는 성경의 방식으로 어려운 이웃을 도와야 한다”고 말한다.
인재를 양성하는 교회
정 목사가 150억의 빚을 내어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를 짓고 125개의 어려운 지역 교회를 형제 삼아 전도팀을 보내고 전도비를 지원하는 것은 두 번째 비전인 ‘인재를 양성하는 교회’를 미래사회와 교회의 인재를 양성하는 교회의 비전을 실천하기 위해서다.
“우리 교회는 2010년부터 전도를 전혀 안 했고, 대신 다른 교회에 전도 지원을 하고 있죠. 어려운 교회, 교인이 없는 교회에 지난 주일만 해도 아홉 군데 들어갔어요. 대형 버스 네 대가 갔죠.”
전도훈련 받는 신도들이 네 명씩 전반기 35개, 후반기 35개 교회로 전도팀을 꾸려 돕고 전도 강사들의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8개월짜리 강한 DTS훈련도 시키고, 여행도 보내고, 선교도 해외에 보내드리기도 합니다.”
개척교회를 세우고 목사를 보내는 일도 하고 있다.
“작년에 46억을 들여 대화 옆에 교회를 개척했어요. 목사와 함께 146명이 따라갔는데 지금 성도가 500명이 넘었죠.”
거룩한빛광선교회는 전도가 없어도 사람들이 몰려든다.
“진성 교인이 16529명이고 가짜 교인이 4만명이에요. 가짜 교인이라는 건 처음 등록한 사람 수를 말하는데 보통 목사들이 성도수를 물으면 가짜 교인 얘길 하거든. 교적정리를 매달 하는 곳은 우리 교회 밖에 없어요.”
정 목사는 2019년 퇴직을 앞두고 “잘 그만두는 것이 앞으로의 계획”이라고 말한다. 그 중 교인 절반 줄이기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지역적으로 성도를 분산하려는 계획인데 반대가 많다고 한다. 은퇴 후에는 중도성향의 기독교 웹진을 운영하고 갈 길을 잃은 후배들을 위한 야성을 키우는 세미나를 꾸준히 해나갈 계획이라는 그는 “사람이 계획할지라도 그 길을 인도하시는 건 하나님”이라고 말한다.
성자의 시대를 꿈꾸며
어려운 이를 돕기 위해 많은 부채를 썼다. 그는 지난 6월에 일부 부채가 남아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일정금액을 매년 남을 위해 집행합니다. 교회가 부채로 힘든 상황에서도 무조건 줬어요. 우리 구호 중에 ‘주다가 망해도 성공’이라는 게 있어요. 의미 있는 일에 헌금이 쓰이잖아요.”
그는 스스로를 ‘생긴 건 학자 같아도 상당히 전투적인 사람’이라고 표현한다. 늘 말 이전에 행동으로 먼저 움직였다.
“말로만 떡을 하면 오천 명이 굶어죽어요. 무조건 하는 겁니다. 들으려고 하지 말고 살려고 해야죠. 현대 그리스도인이 너무 들어서 병이 걸렸어요. 중독이 되어서 듣고 또 듣고 하니 살 시간이 없잖아요. 말씀이 귀할 때는 성자가 나오고 말씀이 홍수가 나면 성자가 안 나옵니다.”
목사는 전문 설교가, 전문 행정가, 전문적으로 교회를 운영하는 목회자이지 사제가 아니라고 말하는 정성진 목사는 신앙은 보수하되 사상과 시야와 이해의 폭을 넓히고 나라와 공익을 위한 화합이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권위를 해체하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시대에 교회들이 많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사람을 끌어내리는 건 쉽지만, 영웅 하나 세우는 것은 없어요. 노선이 달라도 공과 과를 구분해 공익과 한국교회를 살리는 길이라면 늘 그랬던 것처럼 앞장서려고 합니다.”
취재 파주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