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itics
인적쇄신 명단의 실질적 효과
한국당 정말 새롭게 거듭 나는가
자유한국당 인적쇄신이 이야기가 정가를 뜨겁게 하고 있다. 21명의 현역의원에 대해 당협위원장 자격을 박탈하거나 아니면 앞으로 공모를 통해 배제하기로 정한 것이다. 이럴 정도면 과히 ‘인적 쇄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처음 보도되었던 조강특위안에는 숫자가 더욱 많은 38명이었다는 말도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공천을 탈락한 것을 아니라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협위원장을 교체한 수준이어서 큰 반발없이 넘어간 것이다. 전당대회에서 선출되는 새로운 지도부에서 다시 판단이 내려질 것이고 당협위원장에서 박탈된 이들은 공천이 중요하지 당협위원장 박탈이 중요하지 않기에 큰 반발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숫자상 21명은 많아 보이지만 이중에서 불출마를 선언하거나 검찰수사를 받는 사람을 제외하면 사실 6명에 불과하다. 더욱이 충선에서 공천을 배제한 것이 아니기에 결국 반발은 생각보다 크지 않아 보인다.
공천 탈락과 관련하여 친박 신당이 나오지 않느냐는 말도 있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정치의 중심이 될 정도로 상징성을 가졌다고 판단되지 않고 만약 친박이 집결해도 구심점이 되는 좌장도 없고 정치적 연대감 또한 보이지 않는다. 각자 도생하는 분위기가 꽤나 됐다. 복당파의 경우 김무성의원을 중심으로 정기적인 모임을 갖는지는 모르지만 이미 원내대표 경선을 보면 어느 정도 실체가 드러났기에 연초 전당대회가 치러지면 새로운 당지도부 중심으로 굉장히 급속적으로 새롭게 질서가 재편되면서 차기 대권주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이를 중심으로 정치는 다시 재편될 것이기에 친박ㆍ비박이라는 말이 역사 속으로 사라질 날도 멀지 않았다.
친박이 지원한 나경의 원내대표의 등장
이번 원내대표 선거에서 친박이 나경원 대표를 밀어 원내대표를 밀어서 당선시켰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이는 친박의 승리가 아니라 친박의 패배다. 친박이 밀었던 후보가 당선됐다고 친박의 승리로 볼 수 없고 문제는 친박이 후보를 내지 못한데 있다. 지난 대통령 선거때도 홍준표 대표가 대통령 후보가 되지 않았나. 결국 친박도 아닌데도 당밖에 반기문이라는 유력후보가 있고, 유승민이라는 후보도 있어 이를 믿고 김무성ㆍ남경필 같은 의원들이 당을 나갔다. 이러한 상황에서 탈당세력에 밀리지 않으려면 홍준표밖에 대안이 없었던 것이다. 나경원 원내대표 선출 또한 친박에서 원내대표를 원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나가서는 승산이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나경원을 밀었던 것이다. 이런 면에서 친박 승리가 아니라 중립파의 힘으로 당선됐다고 하는 것이 보다 정확한 해석이다. 결론적으로 이번 원내대표 경선의 결과는 친박의 승리가 아니라 친박은 아예 싸움터에 나오지도 못했다는 것이 실상이다.
2~3월경 전당대회에서 새로운 대표가 당선되면 그때부터 친박도 비박도 아닌 새로운 계파가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서 새로운 지도부는 당 대표 중심의 계파가 만들어져 총선 시즌에 공천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내년초에 만들어진 지도부가 총선까지 갈 지는 유보적이다. 2020년 총선을 앞두고 2020년 1월부터 새로운 정계개편이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통령 후보감이 당 대표가 되는 것이 아니라 당대표가 되면 야당의 대표가 되어 자연스럽게 대통령 후보 반열에 올라가 차기 대권주자를 중심으로 새로운 계파나 계보가 만들어질 것이다. 새로운 계파 이름이 무엇일지 흥미를 자아낸다.
새로운 계파이름 ‘반문연대(?)
인적쇄신 명단에 포함된 윤상현 의원은 SNS상에서 “반문연대에 단일대오를 구축해서 대한민국 가치를 지켜내는데 온 몸을 받쳐 당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밝혔다. 나경원 원내대표 또한 선거과정에서 보수 대통합을 위해 반문연대를 주장한 바 있다. ‘반문연대’라는 명칭 사용을 어떻게 볼 것인가.
정치 전략상 좋은 슬로건은 아니다. 97년 대통령 경선때에 이회창대 반이회창이란 슬로건이 한나라당내에 있었다. 이럴 경우 한사람 이름이 두 번 거론되는 이회창이 유리해지는 법이다. 김대중대 반 김대중, 한나라당대 반 한나라당, 새누리당대 반 새누리당, 문재인대 반 문재인 같은 슬로건도 마찬가지다.
가령 이명박 정부가 실정을 했다면 2012년 총선에서 심판을 하게 된다. 여기서 이명박 대통려이 약속한 국민성공시대에 대해 성공했다고 생각하면 지지하고, 실패했다면 야당을 지지해 달라고 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야당(당시 민주당)은 보수정권 심판론을 자꾸 언급하면서 보수대 진보로 판을 가르던 지난 70년대 역사가 계속 등장했다. 이럴 경우, 이명박 대통령에 실망했던 보수진영 사람들도 이런식의 구도라면 그냥 보수정당에 투표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라고 말한다. 이처럼 ‘문재인대 반문재인’ 구도로 가면 문재인 대통령에 실망한 문재인 지지자 또한 반문재인 세력을 보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뭐가 더 나쁜 것인가, 더 많은 실정을 했는가라는 판단을 하게 만든다. 야당 입장에서는 굉장히 ‘선명한 구도로 전략을 짜는 것’이 중요하다.
야당은 문재인 대통령이 이렇게 약속하고 ‘이를 제대로 안한다고 했는데 다 하고 있지 않냐’며 현직 대통령의 실정을 공격하면 되기에 ‘반문재인 슬로건’은 좋지 않은 전략으로 보인다.
반문연대가 보수통합의 효과도 있지만 이에 맞서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의 결집을 불러올 수도 있기에 결코 좋은 전략은 아니란 얘기다.
대통령 지지율 하락, 그리고 특감반 폭탄발언
최근 이학재 바른미래당 의원은 한국당으로 복당을 선언했다. 이것이 행여 다른 의원들에게 하나의 시그널이 될 것인가. 이와 관련하여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앞으로 대여섯명이 더 추가될 것이라고 했다. 복당에 대해 유승민 의원을 포함한 나머지 의원들의 고민은 깊어만 가고 있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바른미래당 입장에서 보면 나머지 의원들이 전부 돌아가도 그냥 탈당인 것을 떠올린다. 여기서 유승민 의원이 돌아가면 분당이 된다. 2015년 안철수가 탈당하면 분당이라고 말한 것은 안철수와 민주당이 만나서 새롭게 민주연합을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안철수와 유승민이 만나 바른미래당을 만들었기에 여기서 한축이 나가면 분당인 것이다. 따라서 바른미래당과 관련해 유승민 의원의 움직임이 가장 중요하다. 최근 ‘반문연대’라는 말이 계속 나오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과도 관련이 있다고 볼 것이다. 지난 연말 한국갤럽이 전국 성인 1004명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에서 45%가 긍정평가였고, 43%가 부정평가였다. 95%신뢰수준에서 ±3.1% 포인트였는데, 이 조사에서 부정과 긍정의 차이가 1% 포인트 안으로 좁혀졌다. 이것 때문에 반문연대가 더 힘을 받는 것이다.
이와 상관없이 정치권에서 반문연대가 흘러나오고 대통령 지지율은 45%대에서 크로스가 일어난다. 이를 기준으로 긍부정의 교차가 나오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지지율은 추세적으로 다소 하락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기에 더욱 지켜봐야 하고,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을 주목하는 이유는 이렇다.
우선 의회를 충분히 지배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이런 상태에서 대통령이 믿을 수 있는 것은 국민적 지지율밖에 없을 것이다. 일례로 대통령 지지율이 60~70%까지 간다면 야당이나 언론은 국민적 지지를 받는 정부를 비판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지지율이 50~40% 밑으로 떨어진다면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이다.
그리고 권력의 속성상 특감반 등 권력기관들 문제도 있지만 특히 경찰ㆍ검찰ㆍ국정원 등 수많은 관료들이 갖고 있는 파일들이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는 시기에 신기하게도 흘러나오곤 한다. 반면 대통령 지지율이 높아 정권 재창출 가능성이 높으면 내부의 잘못이 외부로 쉽게 유출이 안되는데 대통령이 지지율이 떨어지면 ‘정권교체가 되겠구나’라고 싶어 지금처럼 전직 특감반원의 폭탄발설 같은 사건이 생긴다. 처음에 조금씩 흘러나오다가 어느 순간 통제가 안될 정도로 나가는 것이 지난 30년 동안 지켜봐온 권력의 속성이 아닌가 싶다.
청와대에서는 미꾸라지 한 마리가 개울물을 흐리고 있다고 말하지만 문제는 한 마리에서 끝나지 않을 것 같다는 예상이다. 노아가 방주에서 육지를 발견하기 위해 올리브잎을 물고온 비둘기를 보고 육지가 가까이 있다는 것은 발견한 성경 일화를 잘 알고 있다.
아무 것도 아닌 일회성으로 보거나 아니면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다. 권력은 사실상 굉장히 예민한 것이어서 신호가 한번 잘못가면 그것이 봇물터지듯 나갈 수 있기에 주목할 일이다. 이 사건의 결과가 미꾸라지인지 비둘기인지는 두고볼 일이다. 결과적으로 자유한국당 지지율은 상대적으로 오르고 있고, 나경원 원내대표가 등장하면서 정상적인 보수가 돌아오고 있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따라서 민주당과 청와대는 긴장할 상황이 아닌가 싶다.
그동안 한국의 보수는 유례없는 일을 많이 맞았다. 보수의 페르소나였던 박근혜 대통령이 역사상 처음으로 탄핵됐고, 이후 두 전직 대통령이 구속되고, 당은 분열되면서 보수의 오너십은 사라지고 말았다. 또한 외교안보는 지난 50년 동안 미국만 추종했지만, 지금 미국 또한 국제정치 무대에서 어떠한 포지션을 취할지 애매한 가운데 우리 외교는 좌표를 상실했다. 경제분야는 그동안 성장 패러다임으로 오다가 양극화가 심화돼 이를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스러웠다. 이러한 상태에서 탄핵도 당하고 정치와 선거에서 패배해 보수의 비주류인 홍준표 대표나 김성태 원내대표가 잠시 자리를 메웠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이번 원내대표 선거를 보면서 어느 정도 상황정리가 되어 정상적 보수 내지는 보수의 주류가 돌아왔다는 느낌을 가지게 된다. 취재 오성환 기자